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고 허리를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요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요추 사이에서 무게를 완충해주고, 허리의 다양한 움직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두터운 추간판(디스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스크는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노화됩니다. 노화와 관련된 변화들을 퇴행성 변화라고 합니다. 퇴행성 변화는 디스크의 두께가 점차 얇아지고, 디스크를 구성하는 섬유조직들이 취약해지는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자극을 받는 부위의 요추가 단단해지거나 뼈가 자라나오는 관절염과 같은 현상이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납니다.

이러한 요추의 퇴행성 변화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지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요추 주변의 근육이 건강하여 요추에 가해지는 힘이 적절하게 분산되는 사람들은 퇴행성 변화가 느리게 나타나고, 반면에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거나, 허리를 심하게 굽히거나 비틀어야 하는 일을 오랫동안 수행한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인 경과보다 퇴행성 변화가 더 일찍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허리에 무리가 가해졌을 때 요추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가 정상보다 현저하게 빠르게 나타날까요?

개인의 특성이 모두 다 다르고, 어느 정도 무리가 가해졌는지 측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허리 부담작업을 5년 이상 수행하였을 때'가 업무관련성 질환으로 인정할 수 있는 대략적인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허리부담 작업은 '중량물을 지속적으로 취급하는 작업' 작업의 조건상 '허리를 숙이거나, 젖히거나, 비트는 등' 허리가 불편해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작업, 과도한 전신 진동에 노출되는 작업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퇴행성 변화가 있다고 해서 모두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리통증의 대부분은 주로 허리 근육과 인대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퇴행성 변화가 심한 경우 추간판보다도 요추 후관절의 관절염이 생겨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퇴행성 변화가 있는 분들에게서 큰 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문제는 추간판의 갑작스러운 파열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거나 자극되는 추간판 탈출증입니다. 가벼운 경우 다리가 저리거나 찌릿하거나 감각이 저하되는 등의 감각신경의 이상 상에만 머무르지만 심할 경우 운동신경에 문제를 일으켜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추간판탈출증은 대체로 퇴행성 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디스크가 취약해진 사람들에게서 잘 발생합니다. 진단은 흔히 MRI검사로 하지만, MRI 또한 완벽한 검사가 아니라서 임상증상,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의 상태, 신경전도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단과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흔히 추간판 팽륜이나 단순한 돌출도 추간판 탈출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단순한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탈출된 추간판의 수핵이 신경을 압박하거나 자극하는 소견이 보이는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추간판 탈출증은 단순 외상만으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외상만으로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하려면 아주 큰 에너지에 의해 충격을 받았을 경우에 가능하고, 이런 경우에는 추간판 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조직에도 손상을 가져옵니다. 다른 외상 없이 추간판탈출증이 낮은 에너지의 충격만으로 발생했다면 이는 이미 이전부터 추간판에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산업의학과 송한수